· 이서연 원장의 진료실 이야기 - 계류유산 후 조리, 다음 임신을 위한 준비

오늘은 ‘계류유산 후 조리’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임신 준비를 위해 내원하신 분들을 진료하다 보면 계류유산 경험이 있으셨다고 하시는 분들을 종종 만나보게 됩니다.
 
 

계류유산 후에 몸 상태가 잘 회복된 경우라면 “바로 임신을 준비해보죠” 하기도 하지만,

유산 후에 뭔가 힘들고 불편한 증상이 지속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러려니 하며 참고 지내오신 분들, 혹은 딱히 자각적으로 느끼는 불편감은 없지만 진찰 상으로 유산 후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분들은 뒤늦게나마 유산 후 문제가 되는 몸 상태를 먼저 해결한 후 본격적으로 임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권유 드립니다.

유산 후 조리와 임신 준비를 구분지어 말씀드리긴 했지만, 사실상 유산 후 제대로 조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다음번 임신과 임신의 유지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유산 후 조리 역시 큰 의미에서는 임신 준비를 위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동의보감에서는 “정상 출산은 밤이 다 익어 밤송이가 저절로 벌어져서 밤송이나 밤톨 모두 손상 없이 밤이 나오는 것과 같지만, 유산은 아직 채 익지 않은 밤을 밤송이를 비벼 껍질을 손상시킨 후 밤톨을 발라내는 것과 같으니, 유산했을 때에는 더 잘 조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즉, 유산 후에는 몸의 회복에 훨씬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말이지요.

계류유산 후에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은 크게 다음과 같습니다.

① 손상된 자궁내막의 회복

② 떨어진 체력과 면역력을 높이기

③ 심리적인 어려움 해소

계류유산은 사망한 태아가 자궁 내에 잔류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시간이 지나 자연 배출이 되는 경우들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약물이나 소파술로 배출을 하게 만들지요.
잔류한 태아가 자궁에서는 어혈로 작용하기도 하고, 또 인위적으로 배출시키는 과정이 자궁내막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계류유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손상된 자궁내막을 재생시키는 것입니다.

계류유산 후 생리불순이나 월경량 감소, 생리통이나 배란통 등 생리 양상에 변화를 느끼는 분들도 많은데, 이런 분들은 꼭!! 자궁내막 재생과 함께 자궁과 난소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회복시키는 과정이 필요하겠지요.

또한 유산의 과정은 체력과 면역력을 약화시키기도 해요.

따라서 유산 후 이상하게 피로하고 무기력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고, 정상적인 출산 후에만 나타나는 줄 알았던 산후풍 증상을 호소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특히나 유산 전에도 만성피로, 체력저하를 갖고 계셨던 분들은 이런 기력 저하가 유산의 원인에 영향을 줬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다음번 임신을 위해서라도 체력과 면역력을 높여주어야 합니다.

계류유산은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크게 충격을 주는 일입니다.
유산을 경험하고나면 내가 뭘 잘못했을까, 그때 이러지 않았다면 좋았을까, 자책하는 분들도 많고, 이런 마음이 마음을 더 많이 힘들게 만들게 됩니다..

하지만, 유산은 엄마의 잘못이 절대 아닙니다. 보다 더 건강한 아이가 행복하게 찾아오기 위한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안타까운 경험일 뿐이죠.

그렇다 하더라도 그냥 지켜보기만 할 것이 아니라 다음 임신은 더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미리 적극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으니 내 몸이 빠르고 바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손상된 자궁 내막의 재생, 정상 자궁/난소 기능으로의 회복, 체력과 면역력의 증진, 심리적인 어려움에까지 모두 한방치료로 충분히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영역들입니다.
계류유산 후 힘든 몸과 마음, 혼자 힘들게 추스르려 하지 마시고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