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event_available 20.04.28 12:4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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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정명주

· 정명주 원장의 진료실 이야기 - 조급함과 죄책감이 임신까지의 먼 길을 돌게 만든 이야기

location_on지점명 : 강남점

본문

오랫만에 난임 케이스를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2년전에 처음 내원하셨던 분인데요, 

당시 결혼 1년차, 양가 부모님도 남편과 본인 역시도 아이를 기다렸던 터라 

6개월간 임신 시도도 적극적으로 했고 혹여라도 월경이 하루이틀 늦으면 

임신한게 아닐까 싶어 임신테스트기도 수시로 해보셨더랬죠. 

그래서인지 처음 내원하셨을때부터 이번엔 화학적 유산이었다고 얘기하면서 

배란일과 월경주기, 월경양상 등을 매번 자세히 체크하고 신경을 쓰는 타입이었습니다. 

 

물론 산전검사와 난소기능 검사도 했지요. 

검사상 난소나이가 본인의 연령보다는 높게 나와서 우려가 되기는 했지만 

월경주기도 규칙적인 편이고 월경양상도 양호한 편이어서 

시험관을 바로 시도하는 것 보다는 자연임신 시도를 3주기 정도 해보기로 했습니다. 

 

직업상 해외 이동이 잦고 시차로 인해서 낮밤이 바뀌는 일도 많아 

피로감이나 수면장애가 심한 편이었고 업무상 오래 서있기도 해서 하지부종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남편 출퇴근 시간에 맞춰 생활하느라 잠도 길게 자지 못하고 수시로 깨고 

식사 패턴도 바뀌어서 결혼 후 체중도 5kg정도가 늘어난 상황이었죠. 

 

이런 신체적인 문제는 한약이나 침치료로 도움을 쉽게(!?) 줄 수 있는 편입니다. 

상대적으로 말이죠... 

어떤 부분에 비해 상대적이냐하면... 

심리적으로 예민해져있는 부분입니다. 

 

이분의 경우 임신을 계획하는 기간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내원하셨을때부터 6개월이나 임신 시도를 했는데 왜 임신이 안되는 것인지 불안해했고, 

수시로 임신 테스트기를 해보면서 임신 여부를 확인하며 임신에 대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죠. 

처음 뵙던 날에도 본인 때문에 임신이 안되는 것 같다며 상당히 위축되어있는 모습이었고, 

3일 전에 테스트기에 양성이 나왔는데 그제 월경을 시작했다며 

우울한 목소리로 화학적 유산인 것 같다고 본인 때문에 임신이 잘 안되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난소나이나 약간은 얇은 내막이 임신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요소이긴 하지만 

월경주기가 시계처럼 규칙적이었고, 화학적 유산이었다는 것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수정란이 만들어졌던 것이었으므로 오히려 희망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부정적인 면만을 부각시켜 보는 것 같아 지켜보는 사람도 마음이 편하질 않더군요. 

 

우선은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인 난소기능개선과 피로감, 순환장애 등을 고려해서 

몸이 안정될 수 있도록 한약처방과 침, 약침치료로 도움을 주기로 했습니다. 

심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한두번 상담으로 조절할 수 없을 것 같아 매번 진료때마다 조금씩 얘기를 나누었죠. 

 

그렇게 한주기가 지나고 다음 주기 배란기에 살펴보니 내막두께가 평소보다는 약간 두꺼워지는 것이 관찰되었고 

임신 시도 기간을 설명 드렸습니다만.... 

이 분의 경우 날짜를 콕찝어 말씀드리기 보다는 기분이 좋고 편안한 때에 임신시도를 하시라고, 

혹시 임신에 대한 생각때문에 임신시도하는 것이 긴장되고 부담스럽다면 

차라리 시도를 안하는 편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씀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본인도 그 말의 의도를 알고는 있지만 자기 마음이 좀처럼 잘 다스려지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이건...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대부분의 분들이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은 압니다. 

배란일 계산을 해서 숙제하듯이 임신시도를 하고 다음 월경일까지의 2주는 시험결과 기다리는 학생과 같은 마음이죠.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이 밝혀지지 않은 임신의 성립과정에서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타이밍을 맞추는 것은 임신에 이르는 과정 중 아주 작은 부분일 수 밖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임신시도하는 과정이 편안하고 즐거울 수 있도록 설명을 드리기는 하지만 

머리와 마음이 따로 놀아서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는 하는데 마음은 저만~치 따로 노는 상황이 되는 분들이 참 많지요. 

그 마음을 다스리기란 몸을 고치는 것 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신체적인 문제는 오히려 더 쉬울 수 있다고 말씀드린 것이죠. 

이분 역시 본인도 알고 있고 느꼈던 부분이지만 개선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자궁내막이 약간 두꺼워지기 시작한 그 주기, 임신 날짜에 대해 두루뭉술 얘기를 드렸던 그 때의 임신 시도에서... 

임신이 되었습니다. 저도 상당히 빠른 성과에 살짝 놀라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9주차에 유산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임신을 계획하고 아기를 기다리는데에 촉각이 곤두세워져있는 상태였는데 

유산까지 겪고나니 상심은 이루 말 할 수 없고 혹시 유산도 본인의 몸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게 아니었을까하는 

죄책감에 시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유산후 조리를 위해 처방을 하긴 했지만 상심한 마음을 다스리는게 급선무일것 같아 보일 정도였지요. 

소파술 이후 자궁내부 잔여물들이 남아있어서 자궁의 회복과 다음 임신 준비를 위한 상태를 마련하기 위해 치료를 했고 

다음 월경 양상도 양호했습니다만... 유산으로 받은 스트레스 때문이었을까요...

그 다음주기 배란과정에서 물혹이 생기고 시계같던 월경주기가 달라졌습니다. 

이렇게 증상이 생길수록 마음은 점점 더 병들어갔습니다. 

 

물론 치료로 물혹도 없애고 월경주기도 다시 되돌려 놓았습니다만 임신만 생각하면 불안해지는 마음이 조절되지가 않았습니다. 

3개월의 회복기간을 가지고 다시 자연임신 시도를 해보자고 설득했으나 조급해진 마음은 귀를 닫기에 충분했습니다. 

결국 인공수정을 시도했고 결과는 역시 실패였습니다. 

인공수정과정에서 클로미펜으로 자극된 난소는 다시 물혹을 만들고, 월경주기가 짧아져버리고, 월경량도 줄어버렸습니다.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느꼈는지 다시 한약치료를 시작해보겠다고 내원하셔서는 

자연임신 시도에 대한 의지를 보이셨죠... 

다시 몸 상태를 만들고 월경주기와 월경상태를 되돌리고... 

그 시간동안 몸을 돌보면서 임신시도를 하고 마음 또한 돌봐줄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렇게 생리 3주기가 지나고.. 

4번째 주기에 임신이 되어서 지난달 출산을 하셨습니다. 

 

평탄하고 곧장 질러 갈 수 있는 길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많~이 돌아돌아 온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조리원에서 전화주시면서, 아이를 안고 바라보며 임신 준비했던 과정을 되뇌여보니 

뭐가 그리 조급하고 죄책감이 들었나 싶었다며 많이 흔들렸을때 옆에서 조언해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시더군요. 

 

하지만 누가 나무랄수 없는게... 임신을 기대하고 있는 사람이면 

아직 반응이 나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임신테스트기를 쓰게되고, 

조금 기다리면서 편하게 생각해도 된다는걸 알면서도 서둘러 임신하는 방법을 찾게되는 것이 당연한 마음입니다. 

그 과정에서 본인이 스스로를 괴롭히게 되고 또 그게 몸에도 영향을 주어 악순환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때 진정한 지혜가 있는 사람이라면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할텐데, 

아직 저는 그런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도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ㅎㅎ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몸과 마음이 분리된 것이 아니니 몸에 대한 치료는 병원에 맡기더라도 

마음에 대한 부분은 스스로가 최대한 노력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서 입니다. 

모든 질환이 그렇듯, 임신 역시 몸 상태가 좋아야 하는 것이고 

몸과 마음은 떨어뜨릴 수 없는 관계이니 마음 역시 편안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임신과정에서 스스로를 괴롭히거나 마음이 잘 다스려지지 않는 분들에게 이 케이스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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