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event_available 20.10.30 17: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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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정명주

· 정명주 원장의 진료실 이야기 -다낭성 난소 증후군,꼭 규칙적인 생활이 정답일까? #2

location_on지점명 : 강남점

본문

이전 글에 이어 케이스를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생활관리

일단 환자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집중이 되는 것은 무리한 다이어트와 요요였습니다.
그리고 현재도 상당히 불규칙한 생활이 유지되고 있었고 같이 온 어머님의 바닥이 꺼질듯한 한숨은 그 결론에 종지부를 찍어주었습니다.

~~~무리 옆에서 잔소리를 해도 CR도 안먹혀서 허구헌날 딸이랑 싸우고 있다며
동생은 어머님과 패턴이 비슷해서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다는 비교까지 하니
환자분은 입이 있어도 할말이 없고 얼굴은 발그레~~하게 달아오르더니 이내 눈물이 뚝뚝 흐릅니다.
본인이 잘못해서 자기 몸이 망가졌다는 죄책감에 고개를 들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불규칙한 식사, 수면과 전혀 하지 않는 운동, 체성분분석상 근육량의 두배를 넘는 지방량...

생활을 완전히 리모델링해야겠다는 의지에 불타서 아주 강하게 생활관리 방법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규칙적인 식사 및 단백질섭취와 근력운동, 12시 이전에 수면에 들 것, 햇볕을 많이 쐬고 낮에 최대한 활동을 할 것~

어머님이 하고 싶어하는 말이 의사의 입을 통해서 나오니 어머님은 대변인을 얻은 것 같이 기뻤던 반면
따님은 완전히 죄인으로 낙인이 찍혀버린 상황이 되었습니다.

 

# 경과

한약처방과 침, 약침치료를 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며 생활관리를 잘 하고 있는지 체크를 했습니다.

음식조절이 힘들어 식판식사를 권유하기도 하고 사진을 찍어서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죠.

본인이 참고하는 유투브 운동 채널도 체크하고 더 하면 좋을 것들과 운동 시간,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받으며 활동량이 줄어드니
집에 있으면서 할 수 있는 생활법 등 본인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했습니다.

이후 난포도 관찰되고 자궁내막도 두꺼워졌죠...

본인은 힘들지만 강력한 식사, 운동, 생활관리로 월경주기를 찾아가고 있다고 판단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월경주기가 너무 길었습니다.

본인도 월경이 완전히 없는 것이 아니라서 뭔가 호전이 되는 것 같은데
두번째, 세번째 월경도 주기가 40일을 넘겨 뭔가 풀리지 않은 매듭이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면서는 배란이 된 후에도 30일을 넘게 월경을 하지 않아서 고민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전 다낭성난소증후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설명 드린 적이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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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월경주기가 불규칙할 때에는 배란이 될 때까지의 기간이 불규칙하고 배란이 된 후에는 월경이 시작될 때까지 2주 정도의 기간이 유지되는게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분들을 볼 때에도 이 질환은 큰 범주에서 보면 배란장애이기 때문에
배란이 정상적으로 되는 양상이 관찰되면 월경주기를 찾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분의 경우 배란된 이후의 기간 또한 불규칙했습니다.
뭔가 덜 맞춰진 퍼즐이 있는 것 같은 꺼림직한 느낌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그동안의 치료 경과를 살펴보고 놓친게 없는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생각해봤습니다.

 

# 놓친 퍼즐 조각

다른 질환도 그렇겠습니다만 다낭성난소증후군환자분들의 치료를 할때는 진료 메모를 본인의 표현대로 옮겨 놓는 편입니다.
그리고 사소한 것들도 그냥 일기 쓰듯 적어두는 편이죠.

 

그 동안의 진료내용을 다시 한 번 쭉 읽어내려가는데, 복통, 설사, 자고 일어나도 피곤해요, 어깨가 아파서... 발목을 다쳐서...
피부과에서 점 조직검사 하기 전부터 결과 나올때까지 3주동안 설사...

 

차트에 컨디션이 좋아졌어요, 몸이 가벼워졌어요, 체력이 좀 생긴 것 같아요... 라는 말은 거의 안보이고
20대 초반의 아가씨인데 설사, 피로는 반복되고 조금만 색다른 운동이나 활동을 해도 어깨, 손목, 발목 등 관절은 쉽게 다치고
한번 다친 관절은 정형외과에서 치료를 받아도 한 달이 넘게 걸려 젊은 사람 치고 잘 안낫는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식사를 그렇게 규칙적으로 하고 정해진 음식을 먹어도 설사는 무작위적으로 반복되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도 체중의 변화는 전혀 없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충분히 잠을 자고 나도 피로는 풀리지 않았습니다.

 

# 조각 찾기

뭘까? 싶어 시간여유 되는 날을 잡아 어머니 없이 본인하고만 편하게 얘기를 해보자 싶었습니다.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저도 정확이 모르는 상황이라 먹고 자는 것 부터 이야기를 해볼 심산으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5
, 10분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이렇게 먹고, 운동하고 생활해서 좋아요 라는 말 보다는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힘들고...
어딘가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히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초진으로 오셨을 때 설문지를 보고 이전의 생활을 다시 살펴 보았죠,

 

밤늦게 집에 들어와 다음날 점심때까지 자고 식사는 주로 오후나 저녁에 밖에 나가 친구들과 외식을 하는게 전부였습니다.
그럴때의 소화기 상태나 컨디션을 물었더니 하루에 한끼를 먹거나 친구들과 간식, 분식 같은 걸로 끼니를 대신해도 설사는 잘 안했고,
더부룩함도 없었다고 합니다. 밤 늦게 자지만 오히려 푹 자고 지금 처럼 자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니 오히려 빨리 잠들고
새벽에 집중 잘되는 시간에 공부하고 할일을 할 수 있어서 능률도 높았다고 합니다.
본인에게 가장 맞는 생활에 대한 얘기를 해서 였을까요... 이야기를 하는 목소리에 생기가 돌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차트를 살펴보니 월경이 늦어졌던 시점에는 어머님이 편찮으셔서 병원에 입원을 하고,
피부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는 등 신경쓸 일이 있었고 더불어 장염, 설사와 소화기 증상이 안 좋아지고, 몸살이나 감기 등으로 몸이 어딘가가 아팠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 수록 익숙하지 않은 환경변화나 신경써야 하고 편안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몸이 어딘가가 탈이 나는 상태가 된거였죠.
그렇다면 규칙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먹고, 자고, 운동하는 것이 본인에게 편안하지 않았다면...
코로나-19로 학교도 못가고 친구도 못만나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그런 것들이 더 자극제가 되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해결책

이분은 첫번째로는 편안하고+익숙한 생활을 하는 것이 본인에게 맞는 생활패턴이었고,
두번째로는 그런 생활 외에도 일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스트레스 상황(가족이 아프거나, 병원검사 결과를 기다리거나, 감염성질환이 유행하는 등)
다른 사람들보다는 긴장을 과도하게 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처방을 전혀 다른, 긴장을 이완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바꾸고 생활도 역시 본인이 가장 편한 방식으로 하라고 생활의 고삐를 풀어주었습니다.
집밥 먹기 싫으면 외식하고 코로나 상황이어도 친구 한 두명 정도는 수시로 만나러 나가라고 했죠.
그렇게 2주가 지나고 진료실에 들어왔는데 그동안의 생활 이야기를 하면서 그동안은 잘 안 보였던 미소가 보이더군요,
물론 설사도 복통도 없었습니다.

 

월경주기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당연히 이전보다는 훨씬 짧아져, 정상에 가까운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 다음번 상담에서는 어머님도 같이 오시라고 해서 말씀을 드렸죠.

"따님은 따님 나름의 신체시계가 있는 것 같으니 가족들의 기준을 따님께 적용하지 마시라"구요...

어머님은 한숨을 깊이 내쉬시고 따님은 어머님을 보며 배시시~ 웃더군요... ^^

 

# 개인 특이성

한의학의 특성이자 가장 큰 장점은 개인 특이성에 맞출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흔히들 내 체질에 맞는 치료라고 하죠(물론 이 특성은 대단위 연구가 불가능 하다는 가장 큰 단점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같은 질환이라고 하더라도 처방과 치료 방법이 다릅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가 온다고 월경주기 맞추면 되니 Yaz, Yasmin를 루틴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분석하고 이해해서 치료방법을 세웁니다.

이전 글에서 다낭성난소증후군의 여러 병리적 기전과 그걸 개선하기 위한 식사, 운동, 생활관리를 설명하면서
~~~주 모범적이고 대표적인 정답을 적어두었지만 그 답이 모두에게 해당되는 해답이 아닙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분들은 100명이 오면 100가지의 답이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어렵지만 그 방법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P.S. 케이스의 환자분께 고삐를 풀어드렸다고 생활을 아주 무분별하게 한 것은 아닙니다. ㅋㅋ 그래도 지켜야할 선은 있어요~~ 오해 마시길~~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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