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event_available 20.11.28 16:3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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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정명주

·정명주 원장의 진료실 이야기 -출혈은 자궁 내막에서 일어날지 몰라도 원인 제공은 전혀 다른 곳에서 하고 있을 수도 있다

location_on지점명 : 강남점

본문

원인불명의 부정출혈 케이스(feat. 피임약 복용 후 출혈 증가+지속)

 

오늘은 지난번 글에 언급 했듯 피임약을 복용했는데도 출혈이 더 많아지고 지속된 케이스를 통해 부정출혈에 대해서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케이스

 

우선 케이스를 설명 드릴게요.

 

30대 중반의 결혼과 임신을 계획 중인 분입니다.

 

5,6년 전부터 피곤하거나 스트레스가 심하면 출혈이 있었습니다.

 

그다지 많지 않은 양이라 그러려니 하고 지나다가 3,4년 전부터는 출혈이 지속되어 검진을 했더니

 

자궁내막에 폴립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3cm의 근종도 있지만 출혈을 유발 할만한 위치가 아니라 폴립 때문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폴립으로 발생하기에는 양과 빈도가 점점 증가되는 것 같아

올해 6월에는 폴립도 제거할 겸 자궁내막을 긁어 내서 조직검사를 하는 소파술도 진행을 했습니다만 이후에 출혈은 지속되었습니다.

 

물론 조직검사 결과는 별다른 이상은 없었습니다.

 

결국 병원에서는 출혈의 원인이 근종 때문 아닐까... 싶다며 다시 말을 바꾸고 피임약을 처방했습니다.

 

그런데 피임약을 먹으니 출혈은 더 많아졌습니다.

 

복용법에도 쓰여있듯 피임약 복용 직후 1주일 정도는 출혈이 있을 수 있다고 해서 역시나 또 그러려니 하며 참았습니다.

그런데... 피임약을 두달째 먹고 있는데도 출혈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피임약을 안 먹을때는 컨디션 좋거나 푹 쉬면 하루 이틀씩 멈추기도 했었는데, 피임약을 먹은 후로는 출혈이 쉬지 않고 지속됩니다.

생리기간 처럼 은근한 아랫배 통증과 함께 말이죠...

 

두달째 매일 생리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의 통증과 불편함이 지속되니 다른 방법이 없을까? 하는 마음에 내원을 했습니다.

 

 

# 스토리

 

폴립이나 근종으로 인한 출혈이 아니라면 어디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선을 몸 전체로 돌려야 합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체크해야 할 것은 본인의 몸 상태와 출혈이 시작된 시점 즈음의 환경 변화죠.

 

늘 말씀드리지만 원인을 찾는데에는 환자분의 스토리가 너무너무 중요합니다.

 

그래서 출혈이나 자궁에 대한 것 말고 본인의 이야기를 물었습니다.

 

 

7년 전부터 야간 근무를 4년간 지속하다가 현재는 규칙적인 주간 근무를 했습니다.

 

스트레스도 극심했지만 야간 근무를 하다보니 식사를 주로 한 끼에 몰아서 먹고 음주 빈도도 높았습니다.

 

그때의 근무 상황을 떠올리면서 생각하다 보니 그렇게 야간 근무를 하고 1,2년이 지난 어느 시점부터 월경량이 2배 정도로 늘어난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 후부터는 배란기나 스트레스, 수면부족이 심할 때면 출혈이 반복되었고 시간이 지날 수록 빈도가 잦아졌죠.

 

그러면서 동반되는 생리전증후군(PMS / premenstrual syndrome)... 가슴통증, 짜증, 졸림, 감정기복이 심해지니

주기별로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툭툭 튀어나오니... 이 불편함은 겪어보신 분들만이 알 수 있죠...

 

 

# 신체증상

 

그렇다면 그런 환경으로 인해 몸 상태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체중은 당연히 늘었고, 한 끼에 몰아 먹는 식사는 더부룩하고 속쓰림이 당연히 동반되겠죠.

게다가 스트레스 받을 때면 배도 아프고 수시로 체기는 반복되는데다 대변은 시원하지 않고 가스차고 설사와 변비의 반복...

 

신경쓰면 두통에 수시로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면서 안 타던 더위를 타고 상대적으로 배와 발은 차가워지면서 찬음식에 설사와 속탈이 났습니다.

위로 열은 오르고 아래는 차가우니 일을 하고 나면 하지 부종은 심해져서 코끼리 다리 같고 자고 일어나면 먹고 잔 것도 아닌데 얼굴은 보름달이었습니다.

 

그냥 몸 만 살펴봐도 전형적인 상열하한(上熱下寒)이 뚜렷한데다  체중, 소화기증상, 순환장애까지...

 

 

#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배경이 출혈을 유발했다면 내분비계로 영향을 주었을 것이고 그로 인해 월경량의 변화와 출혈이 유발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피임약은 그런 내분비계를 더 교란시켰을 것이고 그로 인해서 출혈은 더 발생한 것이라고 추정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출혈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궁이나 난소의 문제보다는 전체적이 몸 상태를 개선시키는 것이 우선이겠죠.

 

상열하한의 상태를 개선하고 순환, 소화기 증상이 편해질 수 있도록 한약처방과 침치료를 했습니다.

 

 

# 경과

 

치료를 시작하고 5일 정도 지나자 패드를 써야 했던 출혈량이 라이너 1/2개 정도로 줄었습니다.

12일째에는 거의 묻어나는 정도의 출혈이었습니다.

마침 그때 피임약의 두번째달 분량이 끝나는 터라 월경양상의 출혈이 이어졌고 이후에는 피임약을 복용하지 않으면서 월경이 정상적으로 끝나는지 관찰해보기로 했습니다.

 

월경 5일째 되던날 깔끔하게 출혈이 멈추더니 이후에는 출혈은 없었습니다.

피임약은 중단한 상태로 정상적인 월경주기를 유지하는지 경과를 보기로 하고 배란양상과 내막두께를 체크했습니다.

 

5,6년 전부터 월경량이 늘어 낮이나 밤이나 오버나이트를 사용한다고 했었는데 이번 월경 전 내막 두께는 거의 표준에 가까웠습니다.

그렇게 한 주기를 체크했는데 배란기에 라이너에 묻는 정도의 출혈이 있고 다음 월경시작 전까지 출혈은 없었습니다.

월경량은 60%정도로 감소해서 늘어나기 전의 월경량으로 회복되는 경향이었죠.

 

첫 주기 치고는 반응이 양호해서 처방과 침치료를 유지하면서 다음 주기를 관찰했습니다.

 

다음 주기에는 배란기 출혈도 없고 PMS도 현저히 줄어 증상으로는 월경주기를 가늠하기 힘든 수준까지 개선되었습니다.

 

 

# 결국

 

이후에는 치료를 종료하고 경과 체크 하기로 하고 주기에 맞춰 관찰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신체증상은 당연히 부종은 줄어들고 열감의 빈도도 내리고, 소화와 대변이 편해져서 배출이 원활해졌습니다.

 

이분의 부정출혈은 자궁의 문제였을까요? 피임약을 처방할 출혈이었을까요?

 

 

 

아니었죠... 부정출혈은 그래서 원인평가가 정말 중요합니다.

 

출혈은 자궁내막에서 일어날지 몰라도 원인 제공은 전혀 다른 곳에서 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한의학적으로는 상열하한과 순환을 방해하는 중초(中焦)의 문제,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과다(기혈울체/氣血鬱滯)가 원인이었습니다.

양의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여러가지 요인들로 인해 내분비장애가 발생했다...고 설명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이분에게 이후 생활을 어떻게 하라고 했을까요?

 

소화기능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식사시간과 식사량 조절하시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인간이 스트레스 안받기란 불가능하니

본인이 긴장하는 부분을 풀어줄 수 있는 운동과 상열하한을 개선시킬 수 있는 관리방법 등을 알려드렸습니다.

 

 

부정출혈 이야기를 하면서 소화기증상이나 상열하한을 치료한 내용이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한의학적인 치료는 출혈=자궁,난소문제 라고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신적인 관점에서 치료하는 것이라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함입니다.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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