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event_available 21.01.29 12:2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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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정명주

· 정명주 원장의 진료실 이야기 -조기폐경 - >나무와 숲은 같이 봐야 하죠

location_on지점명 : 강남점

본문

오늘은 조기폐경 진단을 받은 환자 분의 케이스를 말씀드려보겠습니다. 

 

 

# 생리불순 인줄 알았는데 조기폐경? 게다가 근종에 낭종까지? 

 

환자분이 처음 내원하신 것은 3년 전입니다.

 

당시 연령은 39세... 

 

처음 증상은 당연히 생리불순으로 산부인과를 다녔었죠. 

 

평소 월경주기가 긴 편은 아니었지만 최근 몇년은 점점 짧아지기 시작하더니 2,3주 만에 생리가 찾아오기도 하고 한 두번씩 건너뛰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점점 더 불규칙해지기 시작했고 몇 달씩 없기도 했습니다. 

 

피임약 처방도 받았고 피임약을 복용할 때에는 주기에 맞춰 생리를 하는 듯 했으나 피임약을 중단하면 어김없이 생리는 없었습니다.
좀 이상하다 싶어 혈액검사를 해봤더니 호르몬 수치가 조기폐경​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생리가 불규칙해지면서 검진하는 도중 난소에 3.8cm의 낭종이 발견되었고 2cm 조금 못되는 근종이 있다는 얘기도 함께 들었습니다. 

 

그냥 생리불순인 것 같아 별거 아니겠지 싶어 검진한 것인데 근종, 낭종도 모자라 조기폐경이라니... 

 

아직 미혼이고 당장에 계획이 없을 뿐 이후에 결혼이나 임신생각이 없는 것도 아닌지라 갑작스럽게 듣게 된 조기폐경은 눈앞이 깜깜해지는 기분이었다더군요. 

 

 

코앞이 40대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30대인데 조기폐경이라는게 믿기지 않아 다른 치료방법이 없을까하는 마음으로 내원을 했습니다. 

 

완전히 무월경은 아니고 검사 상 난포가 안보이는 것도 아닌지라 호르몬 수치는 저하되었다고 하더라도 혹시라도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치료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자궁근종은 사이즈가 작은 편이어서 치료적인 목적 보다는 더 커지지 않는지 체크하는 수준으로 경과를 보기로 했고
난소낭종은 월경이 불규칙해지면서 불안전한 배란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커보여 우선은 월경주기를 되찾는데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 스토리 체크 

 

우선 본인의 상태를 체크해봐야겠죠. 

 

특이할만한 사항은 없었으나 평소 무른 변을 보는 편이고 찬음식에 설사를 잘했습니다.
소변빈도도 잦았고 참기가 힘든 편이었습니다. 몸은 냉한 체질이어서 찬음식이나 차가운 것에 반응을 잘 했지만
어렸을때 부터 있었던 아토피로 더위에도 민감했습니다. 이것 외에는 체중이나 식사, 소화 등 문제 될 만한 요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하는 것에 대해 물어보았죠... 

 

상담 관련 일을 11째 하고 있는데 업무 특성 상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심한 편이었습니다. 

 

모든 일에는 스트레스가 따르겠지만 사람을 대하는 일이라 더더욱 스트레스가 많은 편이었고
스스로도 동료들에 비해 유독 그런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신경 쓸 일이 있는 날이면 잠 드는데 2시간은 넘게 걸리고 선잠 자는 듯 숙면도 안되었습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면 특별한 일이 없어도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답답했고 그런 느낌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는 작은 일에도 더 민감하게 반응을 했습니다. 

 

이 일을 한 두해 하는 것도 아닌데, 10년 넘게 하고 있는 일인데도 이런 스트레스는 익숙해지지가 않는다며
아마 몸이 안 좋아졌다면 이런 스트레스에 예민한 본인의 성격 때문 아닐까 싶다고 본인도 인정을 하시더군요. 

 

 

스트레스에 민감하다고 스트레스를 없앨 수는 없죠. 

 

그렇다고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마음이 득도의 경지에 오를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죠. 

 

그렇다면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어떻게 되는지 물었습니다. 

 

잠을 못자 피곤해지고 심한 날은 새벽까지 잠 들지 못하는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신경이 곤두설 때면 손발은 차가워지고 얼굴은 발그레~ 홍조를 띄었죠. 

 

가슴은 두근거리고 입은 바짝 마르고 입맛은 없어졌습니다. 

 

 

# 월경주기는 내 몸이 보내는 반응의 일부분

 

먹고, 자고, 싸고... 어떻게 보면 동물의 본능에 가장 가까운 부분입니다. 

 

사회를 이루고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스트레스라는 상황으로 본능에 해당하는 부분이 침해를 받습니다. 

 

이 분은 그 침해의 강도가 높았던 것이었죠. 

 

스트레스가 심했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정도가 심했다고도 볼 수 있겠죠. 

 

어떤 것이 더 심했던 간에 일을 그만 둘 수 없고 나라는 존재로 살아가는 것 역시 그만 두어서는 안 되므로 

 

당연히 몸을 편하게 해야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자궁과 난소는 생명에 직결되는 장기가 아닙니다. 

 

생리 한 두번 안한다고 해서 내 몸에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심장이나 뇌, 허파, 간, 콩팥 처럼 일을 안 하는 순간 응급처치가 필요한 상황이 생기지 않습니다. 

 

굳이 의학적인 시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자궁, 난소는 기능상으로 보아 2세를 만드는 장기이므로 현재의 내 몸이 위협받는 상태에서는 2세도 소용이 없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으니 당연히 그 기능을 저하시키겠죠. 

 

이 분은 업무상 느끼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내 몸을 위협하는 수준이었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생리는 쉬어도 된다고 인식했을 수도 있습니다. 

 

약간 관념적인 설명을 드리기는 했지만 스트레스와 호르몬의 상관관계 같은 의학적 분석이 아닌 합리적인 추론으로도 인간의 몸은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케이스로 돌아와서 이분에게는 기혈순환이 원활해지고 긴장을 풀어 줄 수 있는 방향의 처방과 침치료를 하고
생활에서도 굳이 과도한 운동 보다는 가벼운 산책과 이완시킬 수 있는 호흡운동을 권유했습니다.
식사는 소량이라도 규칙적으로 드시도록 했습니다.
밥맛이 없으면 굳이 밥이 아니어도 되니 간단히 요기를 하는 방식으로라도 끼니를 건너뛰지 않도록 하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 경과

 

결과를 먼저 말하자면 치료 한 달째에 배란이 관찰되고 2주 후 월경은 회복되었고 이후로도 현재까지 월경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치료 과정을 싹둑 자르고 결과만 얘기드렸지만 과정이 그리 녹녹치는 않습니다.
일과 본인의 몸, 생활 등을 1,2주에 한 번씩 체크하고 개선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하고있죠...
물위의 백조가 우아하려면 발이 열심히 물장구를 치듯 말이죠...^^;;)

 

물론 스트레스의 정도나 컨디션에 따라서 월경주기의 기복은 있습니다.
많이 피곤할 경우 월경주기가 21~25일 정도로 짧아지면서 정상배란이 잘 안되는 경우도 있고 한 쪽 난소에서 배란을 쉬게 되면서 1,2주정도 늦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 나무와 숲은 같이 봐야 하죠

 

오랜기간 월경주기를 관찰하다보면 넓은 시각으로 바라 볼 수 있게 되는 장점이 생깁니다.
장기간 놓고 보았을 때 가장 마음이 편하고 컨디션이 좋았을 시기와 그렇지 않았던 시기를 월경주기와 연관시켜 물어보면 대체로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분 역시도 그랬습니다. 월경주기가 27~30일 내외로 규칙적인 양상이었을 시기와 한 두번씩 어긋났던 때의 상황들이 어땠는지 물어보고,
본인에게도 전체적으로 월경주기가 이러이러 했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면 대략 그 기간이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듯 월경주기는 본인의 몸+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맞물려갑니다.
시험기간에 잠을 좀 못잔다고, 회사 스트레스로 뚜껑이 열린다고, 여행으로 환경이 바뀐다고 몸이 뭐 달라질게 있겠어? 할 수도 있겠지만
환경에 적응하고 상황을 견디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은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며 변화를 유발하게 됩니다. 

 

월경주기는 그러한 변화의 일부분이 되는 것이죠. 

 

 

이 케이스에서도 말씀 드리고 싶었던건 조기폐경이 이렇게 치료 되었어요!가 아니고 왜 조기폐경이라는 변화가 생기게 되었을까?라는 의문이고 그 의문을 해결하는 과정이 이러했다... 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사실 조기폐경이란 상태에 따라 정상월경을 되찾기 어려운 경우도 많아서 조기폐경 치료의 일반적인 사례라고 받아들이는건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조기폐경이 발생한 원인이 판단되고 개선할 여지가 있다면 충분히 호전될 수 있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는 사례이긴 합니다. 

 

생리를 안하는 것이지만 자궁과 난소에 국한되지 않고 몸 전체를 살펴야 한다는 구태의연한 "기승전 몸상태"의 반복이긴 하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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