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명주 원장의 진료실 이야기-다낭성난소증후군, 시험관 1회에 임신 성공하다

오늘은 다낭성난소증후군으로 치료 받던 분의 임신 소식을 전해드릴까 합니다.
 

이분 역시 임신 초반 굴곡이 있었으나 이제 17주의 안정된 상태를 지나고 있어 안도의 한숨을 돌리며 좋은 소식을 나누게 되었네요.

​

# 케이스

우선 케이스를 말씀 드릴게요.

30대 초반으로 2년전 처음 내원하셨던 분입니다.

초경이후로 월경은 규칙적이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외국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가 극심했고 당시 체중이 5kg 증가 하면서 월경불순과 부정출혈은 심해졌습니다. 이후로 귀국해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면서는 체중이 감소되고 월경양상이 이전보다는 양호해지기는 했습니다. 물론 그마저도 규칙적인 월경은 아니었지요.

3년전 결혼을 하면서 근무지도 달라지고 이사도 하게 되어 환경변화가 심해진 후로 1년간 12kg의 체중증가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생리주기는 더 불규칙해졌고 빈번한 부정출혈이 반복되자 혹시나 싶은 마음에 검사를 했더니 다낭성난소증후군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

# 다낭성난소증후군의 치료가 먼저? 임신 시도가 먼저?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있는 분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산부인과에서의 치료는 임신계획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두가지로 나뉘게 됩니다.

이 내용은 이전 포스팅인 다낭성난소증후군과 피임약에서 말씀 드린적이 있을 텐데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면 이전 글을 참고해주세요.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분들이 산부인과에 내원하게 되면 야즈(Yaz)나 야스민(Yasmin) 같은 호르몬제를 처방받게 됩니다.

월경주기를 맞추기 위해서죠. 하지만 이 약들은 피임약의 일종입니다. 물론 이런 호르몬제가 피임약이라는 부정적인 어감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 불만인 분들이 많기는 합니다만 여튼 이 약의 효과에 피임이 있으니 피임약이 맞기는 한거죠.

그렇다면... "피임"이라는 것 자체가 배란을 억제하는 것인데 난소기능이 저하되어 배란장애를 유발하는 다낭성난소증후군에 피임약을 쓴다는게 참 아이러니하죠? 결국 이말은 다낭성난소증후군에 피임약을 처방 하는 것은 배란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생리주기를 맞추는 것에 목적이 있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이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는 위의 포스팅을 참고하시면 자세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

여튼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분이 단순히 월경주기를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임신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이 피임약 처방을 지속 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안되겠죠! 그렇기 때문에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분들의 치료방법은 임신시도 여부에 따라 나뉠 수 밖에 없고,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피임약이 아닌 배란유도제를 선택 할 수 밖에는 없습니다.

임신 시도 초반에 산부인과에 가면 가장 빈번하게 처방 받는 클로미펜이 바로 대표적인 배란유도제 중의 하나입니다.

# 다낭성난소증후군의 한의학적인 치료

이분의 경우도 역시 다낭성난소증후군으로 피임약 처방도 받았고 임신 계획이 있다고 한 후로는 당연히 클로미펜으로 배란유도를 하고, 숙제날짜(?!)라고 하는 가임기 날도 받아서 임신시도도 했었죠. 하지만 실패했습니다.

배란을 억제하는 피임약을 먹다가 배란유도제를 먹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기는 것은 다낭성난소증후군의 치료를 증상으로만 보았기 때문입니다.

한의학적으로 다낭성난소증후군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난소기능저하로 인한 배란장애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치료는 난소기능의 회복에 있습니다. 물론 말은 쉬워보이지만 이 난소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한 원인 분석과 치료방법, 생활관리 등의 과정들이 여타의 케이스들에서 알 수 있듯 참으로 어렵습니다.

​

이분 역시 치료 초반에는 여러 사정 상 임신 계획을 미뤄야할 상황이라 월경주기 회복에 초점을 두고 치료를 했습니다. 하지만 한의학적인 치료는 위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난소기능 개선을 통한 정상적인 배란을 도와주는 것이 목표가 되기 때문에 다낭성난소증후군의 치료와 임신 시도의 치료 과정이 별개로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월경주기를 회복하는 치료를 하면서도 주변 상황이 해결된 후에는 바로 임신 시도를 적극적으로 병행 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남편분 건강상의 문제로 인해 시험관 시도를 하게 되었고, 첫 과배란에 12개의 난자 채취, 10개 수정, 그 중 6개 동결에 성공했습니다. 등급으로는 최상급 2개와 나머지는 모두 중급 이상이었습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있었던 터라 과배란 이후 난소과자극증후군(OHSS)이 있기는 했지만 증상은 빠르게 호전이 되었고 그로 인해 한 주기를 쉬고 다음 주기에 동결배아로 이식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첫번째 이식에서 임신에 성공을 했고 이후 출혈과 임신성당뇨 등으로 고비를 겪기는 했지만 현재는 17주로 아기 크기나 양수, 태반 등 전반적인 상태가 좋아서 안정적인 임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

# 기승전 몸상태

시험관 과정 전부터 과배란, 이식 전, 이식 후, 임신 초기, 그리고 현재까지 본인의 상태에 맞는 한약 처방을 지속적으로 했습니다. 각 기간 동안에는 상황에 맞춰 처방을 했습니다만 기본적인 틀은 크게 변함이 없었습니다.

이 분의 몸 상태에서는 난소기능이 저하된 요인을 심리적인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체중변화로 보았기 때문에 임신시도 이전에도 체중을 줄이기 위한 처방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케이스의 히스토리를 보면 체중 조절이 우선일 것으로 생각 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심리적인 긴장에 몸이 크게 반응을 했던 분이었고 체중은 그 결과물 중에 하나였었죠. 과정에 자세히 적지는 않았으나 공부, 시험준비, 이사 등 다양한 일들이 있었고 그럴때마다 몸은 크게 반응을 했었습니다. 치료는 그 부분을 완충시키는 방향을 큰 틀로 잡았고 그 상태에서 난소기능이 개선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과배란을 할 때에도, 이식 전과 이식을 한 후에도, 그리고 임신 유지 중에 출혈이 있거나 임신성당뇨로 체중이 훅훅 줄어들 때도 말이죠.

​

# 결론

한의학적인 치료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이든, 시험관을 준비하고 있든, 임신 중이든, 그 사람의 기본적인 몸 상태를 반드시 고려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는 체질이라고 하죠. 어떤 분들은 사상체질을 구분하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팔체질을 수단으로 삼기도 합니다만, 저는 그걸 몸 상태라고 표현합니다. 그 몸 상태를 기본적인 전제로 두고 질환이나 현재의 증상을 진단하고 그에 따른 치료 방법을 고려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케이스 이야기를 하다보면 늘 기승전 몸상태로 귀결되니 어떤 걸로 시작하든 똑같은 말을 하게 되는 식상한 이야기의 무한반복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실... 케이스를 직접 대하다 보면 저에게는 하나하나 모두 다른데 말이죠... ^^;;;

​

여튼 다낭성난소증후군의 임신성공 케이스를 다루면서 다낭성난소증후군이라는 질환과 치료에서 어떤 부분을 우선순위로 잡아야하는지, 그리고 임신을 하는 것 뿐 아니라 임신을 유지하는 것에서도 어떤 것을 중점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한의학적인 견해를 말씀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