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서연 원장의 진료실 이야기 - 자궁내막증, 수술해야 하나요?

생리통이 심해서 산부인과에 갔다가 자궁내막증을 진단받았다며 오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내막강이 아닌 다른 부위에 부착하여 증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궁내막증의 특징적인 증상은 ‘통증’입니다.

그 이유는 자궁내막증이 ‘염증’과 ‘유착’을 일으키기 때문이지요.

앞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자궁내막증으로 인해 생리통이나 골반통, 성교통 등이 생기는 경우도 많고,

자궁내막 조직이 난소에 들러붙어 덩어리(자궁내막종)을 만들면 배란통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또 직장이나 방광에 영향을 주는 경우 배변통이나 배뇨통을 유발하기도 하지요.

물론, 자각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자궁내막증은 통증이 없다면 괜찮은 걸까요?

(당연히 예상하셨겠지만!) 아닙니다.

자궁내막증은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만성적인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긴 하지만

통증이 아니더라도 자궁내막증 병변이 나타난 부위에 따라 복부팽만감이나 설사, 변비, 배뇨장애, 혈변과 혈뇨 등을 유발할 수 있고

또 가임기 여성의 경우 난임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임신 합병증을 유발하는 인자로 작용하기도 하기 때문에 꼭! 치료를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자궁내막증은 수술을 해야만 하는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세모(△)로 하겠습니다.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또 수술이 최선의 방법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자궁내막 조직이 다른 부위에 유착을 일으켜서 증상이나 해부학적 손상이 심한 경우이거나

혹은 난소에 덩어리(자궁내막종)를 형성한 것이 개수가 많고 크기가 너무 크다면 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술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다른 부위에 작고 넓게 퍼져있는 자궁내막증의 경우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 쉽지가 않아요.

또 덩어리가 형성된 자궁내막종이 있다 하더라도 수술 후에 재발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고,

수술을 하여 얻는 이득보다 “난소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답니다!

이러한 것들을 다 감안한다면 (특히 임신 계획이 있는 여성이라면!!) 수술의 결정은 신중하게 해야해요.

임신을 앞둔 여성이나 난임 여성의 자궁내막종 제거 수술에 대해 논란이 많았는데요,

최근의 연구결과는 수술을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궁내막증 진단을 받았다 하더라도 유착이 심하거나 자궁내막종이 매우매우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재발의 가능성과 수술 후에 생길 수 있는 부작용(난소 예비력 저하)을 고려했을 때 보존적인 치료를 먼저 시도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한의학적으로는 ‘자궁내막증의 원인’을 생각하여 치료하게 됩니다.

자궁내막조직이 왜 다른 부위에 퍼졌을까요?

월경혈이 역류가 돼서 그렇다고는 하는데.. 월경혈의 역류는 자궁내막증이 없는 여성들한테서도 흔하거든요.

결국 중요한 것은 ‘면역력’입니다.

월경혈이 역류가 되어 자궁내막 조직이 다른 부위에 도달했을 때 면역기능이 떨어져있으면 그 내막조직이 착상하고 퍼지게 되는 것이지요.

한의원에서 자궁내막증을 치료할 때 ‘어혈제거’를 통해 다른 부위에 퍼진 자궁내막조직의 제거를 돕기도 하지만,

골반과 자궁의 순환을 정상적으로 회복시키고 장부기능의 균형을 맞추고 체력과 면역력을 높여

자궁내막증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고 재발을 방지하는데 힘을 쏟는 이유랍니다.